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 상승과 기상이변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식량 생산 체계 전반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기온의 비정상적 상승, 강수량의 불규칙화, 해수면 상승, 병해충 증가 등 다양한 기상학적 변화들이 농작물 생장 주기를 뒤흔들며 식량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2024~2025년 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된 가뭄, 폭우, 고온으로 인한 수확량 급감 사례는 기후변화의 현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본문에서는 기상 요소의 변화가 농업 생산성과 식량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국가별 대응 전략과 미래지향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기후위기 시대, 농업은 가장 먼저 타격받는다
기후변화는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 지구적 재난이지만, 그 영향이 가장 직접적이고 빠르게 나타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농업’이다. 이는 농업이 기온, 강수, 일조량, 토양 수분 등 자연환경에 의존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후의 불안정성과 급격한 변화는 농업의 생태적 기반을 약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식량 생산과 공급망 전체를 위협하게 된다. 2024년과 202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연달아 발생하며, 농업 생산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인도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밀 수확량이 10% 이상 감소했고, 브라질 남부는 가뭄과 서리 피해로 커피와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했다. 유럽에서는 잦은 폭우와 여름철 가뭄이 반복되며, 곡물 품질 저하와 수확 지연이 발생했다. 한국 역시 이상기후로 인한 벼 이삭마름병과 병충해 피해가 커지며 쌀 생산량에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농업에 있어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위기’로 작용한다. 기상 변화는 파종 시기와 생육 기간을 불규칙하게 만들고, 특정 작물의 재배 적지를 바꾸며, 병해충의 활동을 확장시키고, 토양 침식이나 염류화 같은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진다. 더 나아가 이런 영향은 공급망 차원의 불안정성을 증폭시켜 식량 가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빈곤 국가의 식량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단지 농업 분야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식량 부족은 사회적 불안정, 영양실조, 이주, 국제 분쟁 등 다양한 문제의 뿌리가 될 수 있으며, 결국 국가안보와 국제질서에도 영향을 미치는 ‘식량안보’의 문제로 비화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5년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2050년까지 주요 곡물의 생산량을 최대 25%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농업은 단지 기후에 영향을 받는 산업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유지될 수 없으며, 과학적 기반 위에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농업 시스템 구축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기상학적 변화가 농업에 끼치는 구체적 영향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학적 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기온 상승이다. 작물은 각각의 생육 적온 범위를 가지며, 이 범위를 벗어나면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고 생육이 저해된다. 예를 들어 벼의 경우 생식 생장기에 35℃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등숙률이 낮아지고 쌀알 품질이 저하된다. 2024년 한국의 여름철 폭염 기간 동안 일부 지역에서는 벼가 이삭을 제대로 맺지 못하는 ‘출수불량’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곧바로 수확량 감소로 이어졌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인도, 파키스탄, 베트남 등 아시아의 벼 재배 주요국에서 유사한 피해가 관측되었으며, 이는 전 세계 쌀 수급에 불안 요인이 되었다. 두 번째는 강수량의 불규칙화다. 가뭄은 농작물의 수분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성장 정지나 조기 낙과를 초래한다. 반면 집중호우는 작물의 뿌리 부패, 도복(倒伏), 병해충 확산을 유발하며, 농지 침수로 이어진다. 예컨대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중국과 일본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해 채소류와 과일류의 가격이 급등했다. 세 번째는 병해충의 범위와 주기의 변화다. 기온이 상승하면 해충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활동 지역도 북상한다. 2025년에는 한국에서도 평년보다 빠르게 멸강나방이 출현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두세 차례 이상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컸다. 병원성 미생물의 활동도 증가하면서, 탄저병, 흰가루병, 바이러스병 등도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네 번째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염해 피해다. 해안 인근의 저지대 농지는 바닷물 유입에 취약하며, 염류 축적이 진행되면 작물의 생장이 저하되고, 토양의 경작성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벼, 보리 등은 염류 스트레스에 민감해, 해안 농지의 대체 작물 도입이 점점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는 ‘작물 재배 적지’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재배되던 작물이 기온 상승으로 인해 더 북쪽이나 고지대로 이전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농업 인프라, 기술, 노동력 등과의 불일치를 초래한다. 예컨대 한국에서도 사과 재배지가 점차 북상하고, 감귤 재배 한계선이 충청권까지 올라오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는 농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보험 시스템, 유통 구조, 수출입 정책 등 모든 식량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는 단지 ‘농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전 지구적 식량 안정망을 흔드는 구조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전략
기후변화가 농업과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기존의 농업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농업 전략은 단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인류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실질적인 실천이다. 첫째, 기후탄력적(Climate-resilient) 작물의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 고온, 가뭄, 병해충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지역별 기후 특성을 반영한 작물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신품종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이는 향후 기후위기에 대비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둘째, 스마트 농업 기술의 확산이 필요하다. 드론, 센서, 위성, AI를 활용해 토양 수분, 기온, 병해충 발생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정밀한 관개 및 방제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의 대응 솔루션이다. 한국, 일본, 이스라엘 등은 이미 스마트팜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셋째, 농업 생태계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농법 전환이 요구된다. 단작보다는 다작, 화학 비료보다 유기농, 깊이 갈기보다 보존 경운 등 생물 다양성을 높이고, 토양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친환경 농업이 점차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넷째, 정책적 측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형 농업 예산 확대, 재해보험 체계 강화, 농민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기상재해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과 보험 상품의 고도화는 농민의 불확실성 대응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섯째, 국제협력과 식량공급망의 다변화도 중요하다. 주요 곡물의 수출입 의존도를 분산시키고, 국가 간 재해 발생 시 상호 지원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전 지구적 식량 위기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유엔, FAO, G20 등에서 논의되는 ‘기후기반 식량협약’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농업, 지역먹거리 전략, 로컬푸드 운동 등을 통해 식량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줄이고, 지역 사회의 식량 자립성을 높이는 것도 장기적인 대응 방안이다. 이는 기후위기 속에서도 회복력 있는 먹거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된다. 기후변화는 농업에 있어 단순한 외부 환경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영속적인 도전이다. 이 도전에 응답하는 방식이 곧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이제는 대응이 아니라 전환이 필요하며, 농업은 그 전환의 출발점이자 핵심축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