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해양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결과 해양 생태계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해양 산성화, 산소 농도 감소는 해양 생물의 생존 환경을 변화시키며, 전 세계 어업과 식량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2024~2025년 동안 관측된 산호초 대규모 백화, 해류 패턴의 변화, 어류의 이동 경로 북상 등은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해양 생태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 변화들을 중심으로 원인과 파급 효과를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해양 보호 방안을 제시한다.
푸른 행성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지구의 표면 중 약 70%는 바다로 덮여 있으며, 해양은 지구 생태계의 순환을 유지하고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을 제공하는 핵심 공간이다. 해양은 단순한 수자원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를 조절하며,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지구의 ‘숨쉬는 허파’다. 그러나 이러한 해양이 지금,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속도로 붕괴하고 있다. 그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실가스 농도 증가는 대기뿐 아니라 해양에도 영향을 준다. 지구의 여분 열 에너지 중 90% 이상은 바다에 흡수되고 있으며, 이는 해수 온도의 상승, 해양 산성화, 산소 농도 감소라는 세 가지 큰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물리화학적 변화는 해양 생물의 생존 조건을 급변시키며, 먹이사슬과 해양 순환, 그리고 인간의 어업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위성 자료와 현장 관측을 종합하면,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를 ‘단계적으로’가 아니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예컨대, 2023~2024년 사이 남태평양 피지와 호주 북동 해안에서는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바다 온도의 급상승에 따른 결과였다. 미국 NOAA는 “현재의 백화 속도는 과거보다 4배 이상 빠르며, 회복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국 동해와 서해에서도 수온 상승으로 인해 멸치, 오징어 등의 주요 어종이 북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획량 변동과 어업 구조 변화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바닷물 속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해양 저산소화’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는 저층 생물의 집단 폐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해양은 더 이상 기후변화의 완충지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먼저 반응하고, 가장 뚜렷한 신호를 보내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 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이 더 큰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양 생태계의 붕괴는 곧 전 지구 생태계의 위기이며, 인간 사회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해양 생태계 변화의 구체적 양상
첫 번째 주요 변화는 **해수 온도 상승**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해수면 온도 역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으며, 이는 해양 생태계 전반에 충격을 준다. 산호는 특히 수온 변화에 민감한 생물로, 1~2℃ 상승만으로도 산호조류 공생이 붕괴되며 백화 현상이 일어난다. 실제로 2024년 대규모 산호 백화가 보고된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수천 ㎢의 산호 군락이 죽거나 손상되었고, 회복 가능성조차 낮아진 상황이다. 두 번째는 해양 산성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가 바다에 흡수되면서 해수의 pH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이는 석회화 생물(산호, 패류, 갑각류 등)의 외골격 형성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다. 2025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서는 굴과 조개의 치패 생존율이 급감했고, 이는 해양 산성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세 번째는 해양 저산소화(Hypoxia) 현상이다. 해양 온도가 상승하면 수용 가능한 산소량이 줄어들고, 표층과 저층의 수직혼합이 어려워지면서 저층의 산소 부족 현상이 심화된다. 이로 인해 해저 생물들—게, 새우, 어류—이 대량 폐사하거나 서식지를 떠나게 된다. 한국 서해안에서는 여름철 해양 저산소 수괴가 해마다 커지고 있으며, 이는 양식업과 연근해 어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네 번째는 어류의 서식지 및 이동 경로 변화다. 대표적으로 한류성 어종은 점점 북상하고 있으며, 일본, 러시아, 알래스카 해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획량이 급감하거나 어종이 교체되며, 기존 어업 방식과 경제 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고등어, 꽁치, 오징어 등의 어획량이 10년 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다섯 번째는 해양 순환과 해류 패턴의 변화다. 대서양 해류 순환(AMOC)이 느려지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보고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는 북유럽의 기후, 북극 해빙, 열대성 태풍의 진로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지 해양 내부에 그치지 않고, 대륙의 기후 패턴까지 바꾸는 파급력을 가진다. 또한, 플랑크톤 생태계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수 온도 상승과 산성화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산성을 감소시키며, 이는 먹이사슬의 가장 하위 단계부터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어류 성장률이 낮아지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등 장기적인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단기적 경제 피해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식량안보, 생물다양성, 해양기후의 순환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바다의 위기는 인간 사회의 위기로 직결되며, 지금이 해양 보호를 위한 행동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해양 보호,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그 위기의 깊이와 넓이를 직감할 수 있다. 더 이상 바다는 무한한 자원 창고도, 기후 조절 장치도 아니다. 오히려 그간 인류가 쏟아낸 온실가스의 최대 피해자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반작용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막기 위해, 이제 해양 보호는 단순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정책, 과학, 산업, 교육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첫째, 온실가스 감축은 가장 직접적이며 필수적인 해양 보호 전략이다. 바다의 산성화, 온도 상승, 산소 감소는 결국 대기 중 탄소농도에서 비롯되기에, 탈탄소 전환이 해양 생태계 복원의 출발점이 된다. 이에 따라 각국은 해양 생태계 보호와 기후 목표를 연계한 공동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둘째, 해양보호구역(MPA: Marine Protected Areas)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바다의 약 8%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중 많은 곳은 실효성 있는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소한 2030년까지 해양의 30% 이상을 보호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목표다. 셋째,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규제와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남획은 해양 생태계의 회복력을 떨어뜨리고, 어종 붕괴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어획 할당제’, ‘친환경 어구’, ‘양식기술 고도화’ 등이 중요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넷째,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 및 연구의 투자 확대도 필수적이다. 위성, 드론, 심해 센서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해양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빠른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 특히 산호초, 연안 생태계, 북극 해빙 등 취약지역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다섯째, 해양교육과 시민참여 확대가 중요하다. 해양 쓰레기 수거, 해변 복원, 친환경 소비 등 일상 속 실천이 누적되면 해양 생태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청소년 대상 해양 기후교육은 미래 세대의 해양 보전 의식을 높이는 데 핵심이다.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바다는 결국 인류의 거울이다. 그 속에서 무너지는 생태계는 우리가 저지른 탄소 문명의 반영이며, 그 회복은 곧 인간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바다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