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환의 중심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있지만, 기술적 한계와 간헐성, 전력망 불안정 문제로 인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원자력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로 탄소 기저발전'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유럽·아시아 각국이 원전 확대 또는 재활용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서 원자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에 따르는 찬반 논의와 실제 정책 흐름에 대해 상세히 분석합니다.
탄소중립과 원자력: 불편한 진실과 현실적 선택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이상기후, 산불, 폭염, 해수면 상승 등은 이제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문제가 되었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부문은 전 세계 탄소배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전력생산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점차 줄이고,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흐름이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신재생에너지가 아직까지는 전력망을 완전히 지탱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씨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없는 간헐성, 예측 불가능성, 대규모 저장 문제 등으로 인해, 실제로는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보완 전원'이 필요하며, 이 역할을 기존에는 석탄이나 LNG 같은 화석연료 발전이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또다시 탄소를 배출합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원자력발전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24시간 안정적으로 대용량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저발전'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환경단체나 정책 입안자들조차 원자력을 탄소중립 실현의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늘고 있으며, 2022년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 대상으로 인정하는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우열을 가리는 문제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절박한 현실 앞에서 ‘지금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원자력에는 안전성, 폐기물, 사회적 수용성 같은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고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적인 에너지 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원자력의 실질적 기여
첫째, 온실가스 배출 제로 전원입니다. 원자력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거의 배출하지 않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자력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태양광, 풍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전원 포트폴리오에 있어 핵심 구성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저발전으로서의 안정성입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합니다. 원자력은 24시간 정해진 출력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며, 특히 산업용 전력 수요가 높은 국가에서는 전력망의 기반을 이루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과 동시에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셋째, 에너지 안보 측면의 중요성입니다. 원자력은 한 번의 연료 주입으로 수개월 이상 발전이 가능하여, 해외 자원 의존도가 낮고, 공급망 교란에도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반면 태양광 패널, ESS 등의 핵심 부품은 특정 국가에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넷째, 차세대 원자력 기술의 등장입니다. 기존 원전은 대규모 고정식 발전소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고온가스로형 원자로, 융합에너지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안전성 및 비용, 건설 기간에서 기존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향후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가능성도 높이고 있습니다. 다섯째, 글로벌 정책 흐름의 변화입니다. 프랑스는 노후 원전을 교체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중단됐던 원전 재가동을 재개했습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한국 등도 소형 원자로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원자력을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재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원자력은 단순히 기존 기저발전의 연장선이 아닌,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형 에너지’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물론 기술과 안전을 보완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폐기 이유가 아니라 ‘개선 방향’입니다.
원자력, 기후위기 시대의 차가운 해답
원자력은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에너지원입니다. 20세기 후반에는 에너지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거치면서 두려움과 거부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위협이 인류를 압박하면서, 원자력은 다시금 ‘실용적 해법’으로 조명받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에너지원을 친환경이냐 아니냐, 안전하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서, 어떤 조합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원자력은 무탄소, 고안정성, 높은 전력밀도라는 장점을 통해 이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저장 한계를 보완해주는 ‘균형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자력을 무비판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기준 강화, 폐기물 처리 기술 개발, 사회적 합의 절차 마련 등 선결 과제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기반이 점차 갖추어지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원자력은 다시금 전력망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응의 '불가피한 카드'가 아니라 '현실적 대안'입니다. 그것은 감정이 아닌 데이터와 과학, 이상이 아닌 현실에서 출발한 선택입니다. 우리가 원자력을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닌, 미래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탄소중립이라는 인류의 과제는 비로소 실현 가능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