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는 2010년대 일본 경제의 중심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퇴임과 함께 경제 정책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어떤 정책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으며, 유동성 확대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을까요? 또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은 이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아베노믹스 종료 이후의 일본 주식시장 환경과 주주 행동주의의 동향을 중심으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아베노믹스 종료 이후의 경제정책 변화
아베노믹스는 2012년 시작되어 약 8년간 지속된 일본의 주요 경제정책 기조였습니다. '세 개의 화살'로 불린 금융완화, 재정확대, 구조개혁은 당시 장기 침체 상태에 있던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아베 총리의 퇴임 이후, 정책의 방향성은 점진적인 변화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을 거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집권하면서 일본 정부는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분배 중심의 성장전략을 강조했고, 과거 아베노믹스가 추구하던 공급 중심의 개혁과는 다소 다른 접근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으로 작용했고, 주식시장에도 단기적인 조정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BOJ)은 여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금리 인상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조정은 있었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자산 매입을 여전히 유지하였으며, 이러한 유동성은 일본 주식시장에 하방 지지를 제공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정부의 세제 혜택 및 기업 지원 정책 또한 증시 안정화에 기여하였습니다.
유동성 기조의 연장과 시장 반응
아베노믹스 시절 일본은행은 대규모 양적완화(QE)를 통해 ETF, 국채, REIT 등 다양한 자산을 매입하며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아베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는 대부분 유지되고 있으며, 특히 2020년 이후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유동성 공급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시장은 외부 충격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글로벌 시장이 고금리 기조로 전환되는 가운데에서도,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며 이례적인 환경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일본 시장의 매력을 높여주는 요인이 되었고, 실제로 2023~2024년 사이 일본 증시는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강세장을 연출했습니다.
다만, BOJ의 정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앞으로의 정책 방향성에 변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기준,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는 목표치를 초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본은행이 점진적인 금리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는 주식시장에 단기적인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건강한 구조로의 전환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유동성 공급은 단지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넘어서, 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 개선, 투자 활성화, R&D 확대 등으로 이어지며,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본 주식시장은 여전히 유동성 기반의 확장 국면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주 행동주의의 전개와 기업 문화의 변화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에서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주주 행동주의'의 확대입니다. 과거 일본 기업은 종업원 중심, 내부지배형 구조가 강했으나, 점차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하며 주주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제도적·문화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코드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거버넌스를 강화시켰고,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뿐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주주 행동주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경영진 교체, 자회사 분할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립적이거나 적대적인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협업형 행동주의(Collaborative Activism)'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과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일본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와도 비교적 잘 어우러지는 전략입니다.
일본 주식시장에 이 같은 행동주의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도요타, 소프트뱅크, 도쿄일렉트론 등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채택하면서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 시장의 질적 성장과도 맞닿아 있으며, 앞으로도 주요한 투자 트렌드로 자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 주식시장은 단지 정책적 공백기를 맞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유지되고 있지만, 점진적인 금리 정상화와 함께 기업 환경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주주 행동주의의 확산은 일본 기업 문화에 깊은 영향을 주며, 주식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일본 시장에 관심 있는 투자자라면, 이 같은 구조적 변화에 주목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 전략을 설계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