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은 아베노믹스 이후 급격한 구조적 변화를 거치며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유동성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행동주의 투자자의 활약은 일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국 증시 역시 유사한 경제 환경 속에서 나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양국의 정책 방향과 시장 반응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본 글에서는 일본 증시 성장의 핵심 요인을 짚어보고, 이를 한국과 비교하여 투자 관점에서의 시사점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아베노믹스로 시작된 일본 증시의 구조적 성장
일본 증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수십 년간 정체된 흐름을 보여왔지만, 2012년 아베 신조 총리의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구조적인 반등을 경험했습니다. 아베노믹스는 세 가지 정책 축(금융완화, 재정확대, 구조개혁)을 기반으로 하여 경기부양뿐만 아니라 증시 활성화를 목적으로 했습니다. 특히 일본은행(BOJ)의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은 증시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며 투자심리를 끌어올렸습니다.
BOJ는 ETF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고, 이는 토픽스(TOPIX)나 닛케이225 등 주요 지수의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이사회 개편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게 되었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일본시장 재진입을 유도했습니다. 또한 2015년 도입된 ‘일본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경기부양을 넘어, 일본 자본시장을 장기적으로 매력 있는 투자처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기업의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이 향상되었고,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으로 지배구조 혁신도 가속화되었습니다. 결국 일본 증시는 유동성 중심의 상승장에서 벗어나 구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증시와의 정책 및 시장 구조 비교
한국 역시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서 다양한 경기부양 정책과 시장 활성화 노력을 펼쳐왔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정책과 연계된 자본시장 확대 정책, 그리고 코스피200,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세제 및 제도 개선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첫째, 유동성 측면에서 한국은 일본처럼 중앙은행의 ETF 매입과 같은 직접적 시장 개입보다는 간접적 조치를 선호해 왔습니다. 둘째,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진행 중이지만, 지주회사 체제와 순환출자, 오너 리스크 등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셋째, 행동주의 펀드 활동은 증가하고 있으나, 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방어적이며 소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시는 높은 기술주 비중과 빠른 디지털 전환, 개미 투자자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 덕분에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처럼 제도적, 정책적 측면에서 구조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상승세가 장기적인 투자 매력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행동주의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서의 차이
일본과 한국은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한 대응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프트뱅크, 도요타, 히타치 등 대형 기업에 개입하며 이사회 구성,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을 요구했고, 상당수 기업이 이에 호응했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변화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의 기업 경영 참여가 당연한 흐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일부 성공 사례(예: KCGI, 일성신약 등)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제한적입니다. 기업들은 외부 개입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고, 재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행동주의의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부 역시 적극적인 정책 유도로 행동주의를 제도권에 끌어들이는 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자본 효율성과 투자 매력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일본은 행동주의가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며, 기업 혁신을 유도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 얻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도적 기반과 문화적 수용 모두 부족한 상황입니다.
일본 주식시장은 아베노믹스를 기점으로 유동성 확대, 지배구조 개선, 행동주의 수용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용하며 구조적 강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탄력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으나, 정책적 뒷받침과 기업문화의 혁신이 더딘 상황입니다. 장기적인 투자 매력 확보를 위해서는 한국 역시 일본처럼 근본적인 시장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제도와 정책, 시장 참여자의 인식까지 전방위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