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발전은 국가의 전력계 안정성과 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탄소중립이 국제적 의무가 된 현재, 각국은 기저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전환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자력과 석탄화력 중심의 기저발전 전략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예컨대 프랑스는 원자력을 유지·확대하는 반면, 독일은 탈원전을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로 이행 중입니다. 한국은 기저발전의 유지를 강조하면서도 재생에너지 확충을 병행하는 '혼합형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기저발전 의존도와 에너지 정책 방향을 비교 분석하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시사점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기저발전, 나라마다 다른 전략을 택하는 이유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중심 역할을 해온 기저발전은 지금도 많은 국가에서 전체 전력 공급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 탈탄소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 속에서 기저발전의 위치는 국가마다 다른 방향으로 재조정되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원자력을 확대하고, 어떤 나라는 석탄화력을 폐지하며, 또 어떤 나라는 두 전원을 모두 축소하고 신재생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에너지 자원 구조, 전력 수요 패턴, 기술 수준, 정책 우선순위, 사회적 수용성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컨대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을 유지하려 하고, 대규모 제조업 중심의 국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므로 기저발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낮고 환경운동의 영향력이 큰 국가는 탈원전이나 석탄 폐지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저발전의 축소 여부는 기술 발전 속도와도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출력 예측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 기술(ESS), 스마트 그리드, 계통 운영 자동화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저발전의 급격한 축소가 오히려 전력망 불안정과 전기요금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저발전에 대한 국가별 전략은 환경적 명분뿐만 아니라, 기술·경제·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복합적 판단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 중국 등 6개 국가를 중심으로 기저발전의 현재 비중과 정책 방향을 비교해보며, 그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합리적 전략을 함께 모색해봅니다.
6개국 기저발전 현황과 정책 방향 비교
1. (미국) 다원화와 기술혁신 중심 전략
미국은 주마다 에너지 정책이 다르지만, 전국적으로는 석탄 발전을 줄이고 원자력과 천연가스 중심으로 전환 중입니다. 특히 노후 원전 폐쇄와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ESS 개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체 전력의 약 40~50%는 여전히 기저발전에 의존합니다.
2. (프랑스) 원자력 중심 기저전력 유지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60~70%를 원자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탈탄소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원자력을 간주하고,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연장운전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도 확대 중이나, 기저발전의 근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3. (독일) 탈원전과 석탄 감축 전략
독일은 2023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했으며, 석탄발전도 단계적으로 감축 중입니다.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를 적극 확대하며 전력 수요의 40~50% 이상을 이를 통해 충당하고 있지만, 출력 불안정성과 전기요금 상승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백업 전원으로 천연가스 발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4. (일본) 원자력 복귀, 분산형 전원 확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중단했던 일본은 최근 다시 일부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으며, 차세대 원자로 개발도 추진 중입니다.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수소, 지역 분산형 전원 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아직 기저발전의 비중은 높은 편이며, 점진적 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5. (한국) 혼합형 전략(균형 유지형)
한국은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모두 일정 수준 유지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원자력을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석탄발전은 단계적 감축 중입니다. 전체 전력의 약 60% 이상이 기저발전에서 나옵니다. 향후 SMR, 수소발전 등 미래형 기저전원 개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6. (중국) 석탄 기반 유지, 원전 및 재생 동시 확대
세계 최대 전력 소비국인 중국은 여전히 석탄화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전체 전력의 약 60% 이상이 석탄에서 생산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소도 대규모로 신설 중입니다. 다원적 구조 속에서 에너지 안보와 탄소감축을 병행하려는 전략입니다.
이처럼 각국은 자국의 현실에 맞는 기저발전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병행하면서도 기저발전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특히 기술 불확실성과 전력망 구조를 고려할 때, 대부분의 국가는 일정 수준의 기저발전을 유지하면서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기저발전의 미래, 폐지가 아닌 ‘재설계’의 시점
국가별 기저발전 전략을 비교해 보면, 단일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국은 자국의 에너지 수급 구조, 산업 패턴, 기술 역량, 국민 수용성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기저발전을 즉각 폐지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술적, 경제적, 시스템적 현실을 인정한 결과이며, 그만큼 기저발전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의 경우, 산업 구조가 제조업 중심이며, 전력 소비 패턴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기저발전의 완전한 대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원자력 중심의 무탄소 기저발전을 유지하면서, 석탄은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저장장치 등의 기술을 병행 발전시키는 혼합형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SMR, 고온가스로, 수소터빈 등 미래형 기저전원의 개발은 기저발전의 환경성과 유연성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동시에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전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기저발전의 미래는 단순한 폐지나 유지만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의 재설계입니다. 전통적 기저전원을 새로운 기술, 환경, 시장 논리와 접목하여 재구성하는 것, 그것이 탄소중립 시대의 합리적인 에너지 전략이 될 것입니다. 기저발전은 여전히 현재이며, 미래를 위한 기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