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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 가라앉는 해안 도시들...기후변화의 실질적 위협

by 열씸열씸 2025. 7. 26.

해수면 상승 관련 그림

지구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으며, 저지대 해안 도시들은 침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이어지는 이 현상은 이미 투발루, 방글라데시, 마이애미, 자카르타 등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침식, 염해, 지하수 오염 등 복합적인 피해를 초래하며, 수억 명의 이주와 국가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본 글에서는 해수면 상승의 원인과 경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도시 침수 위기와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물의 역습

해수면 상승은 단순히 바닷물이 조금 높아지는 현상이 아니다. 이는 인류의 삶의 터전을 잠식하고, 국가의 기반 시설을 무너뜨리며, 경제·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심각한 기후 재난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수면 아래에서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위기이기 때문에 인식되기 어렵지만,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2024년 기준, 세계 평균 해수면은 1900년 대비 약 20cm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단순한 수치로 보이지만, 해수면이 1cm만 상승해도 해안선은 수십에서 수백 미터씩 안쪽으로 밀려날 수 있다. 특히 저지대 해안 국가와 도시들은 점점 바닷물에 잠기고 있으며, 이미 여러 지역에서 인구 이주와 기반 시설 이전이 시작되었다.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극지방의 빙하와 빙상이 녹으면서 육지의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는 현상이다. 둘째는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열 팽창’이다. 물은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는 성질이 있으며, 해양 온도가 오를수록 바닷물 자체가 팽창하여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해수면 상승은 도시 인프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홍수 위험이 높아지고, 해안가 도로·철도·항만 등이 침수되며, 지하수 염해로 인해 식수원이 오염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상습 침수지역에서는 부동산 가치가 급락하고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동남아, 남태평양, 남아시아 국가들은 국토 자체가 바닷물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해수면 상승은 또한 사회적 불평등과 연결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국가는 방파제와 인공섬을 만들며 대응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소규모 섬 국가는 그대로 침수 위험에 노출되며 생존을 위한 이주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즉, 해수면 상승은 환경 문제일 뿐 아니라 국제 정치, 경제, 인권 문제가 결합된 복합 재난인 셈이다.

 

침수되는 도시들: 실제 사례와 현재 진행형 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이론이 아닌 현실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그 피해가 보고되고 있으며, 몇몇 도시는 사라지기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이다. 자카르타는 해발 1~2미터에 불과한 저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수 과잉 사용과 해안 침식이 겹치면서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2024년 기준 자카르타 북부 지역의 40% 이상이 해수면 아래로 침하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도를 보르네오섬으로 이전하는 ‘누산타라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다. 마이애미는 평균 해발 1.8미터에 불과하고 석회암 기반 지반 구조상 바닷물이 지하로 쉽게 스며들기 때문에, 기존의 방파제나 펌프 시스템으로는 해수 침투를 막을 수 없다. 특히 만조와 폭풍해일이 겹치는 시기에는 도심 도로와 주택가가 일상적으로 침수되며, 일부 지역은 이미 포기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와 키리바시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평균 해발 고도가 2미터 이하이며, 2050년까지 국토 대부분이 바닷물에 잠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 있다. 투발루 정부는 2025년부터 뉴질랜드 및 호주와 협력하여 국가 단위 이주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 난민’이라는 새로운 국제적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갠지스강 삼각주의 저지대에 위치한 방글라데시는 1억 6천만 인구 중 약 2천만 명이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몬순 시즌에는 강수와 해수 범람이 겹쳐 국토의 20%가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이 임시 거주지로 이주했으며, 식수난과 식량난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서해안과 남해안의 일부 지역은 해수면 상승과 태풍 강도 증가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며, 방조제 보강과 항만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 송도, 부산 해운대, 여수 국가산단 등은 고가의 해안 개발 지역으로 집중되어 있어, 향후 경제적 피해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해수면 상승은 도시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재난이다. 국경과 계층, 개발 수준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의 인프라와 삶을 침식하고 있으며, 향후 수십 년 안에 더 큰 파고가 몰려올 것은 확실하다. 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수록 복구는 더욱 어려워지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해수면 상승에 맞선 도시의 전략: 적응과 완화의 이중 접근

해수면 상승에 대한 대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미 상당수의 도시는 침수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더 이상 이를 예방하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적응’ 전략이 중심이 되고 있다.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완화’ 전략도 병행되어야 하며, 두 접근은 서로를 보완하며 실행되어야 한다. 적응 전략의 핵심은 방재 인프라 개선이다. 네덜란드는 ‘델타 프로젝트’를 통해 해수면보다 낮은 국토를 수십 년에 걸쳐 보호해왔다. 해안 방파제 강화, 조수 조절 댐, 홍수 저감 배수 시스템이 그 핵심이다. 일본은 도쿄만 주변 지역에 거대한 지하 배수터널인 ‘수재 해저 신전’을 건설해 폭우와 해일을 동시에 대비하고 있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퇴각 전략(Managed Retreat)’이 고려되기도 한다. 이는 해안 지역을 개발하지 않고, 기존 인구와 인프라를 내륙으로 옮기는 정책이다. 이는 정치적 저항과 경제적 손실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이미 미국,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은 일부 지역에서 이를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동시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제적 협력도 시급하다. IPCC는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차 전환, 산업계의 탈탄소화가 그 핵심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 기반 의사결정’이다. 해수면 상승 예측 데이터, 지역별 침수 시뮬레이션, 위성 이미지 등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 분석이 정책 결정과 도시계획에 필수적이다. 또한, 시민들의 인식 전환과 교육도 중요하다. 해안 거주민들이 위험을 실감하고 자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실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해수면 상승은 인류 문명의 터전 자체를 위협하는 ‘조용한 쓰나미’다. 높은 방파제나 정교한 예산 계획만으로 이 위기를 막기는 어렵다. 결국 우리가 필요한 것은 기술적, 정책적 해법과 더불어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이다.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도시 전략, 그것이 바로 해수면 상승 시대를 이겨내는 열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