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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투자 확대, 일본 기업의 반응은?

by 열씸열씸 2025. 7. 11.

행동주의 투자 확대, 일본 기업의 반응 관련 그림

 

일본 주식시장에 '행동주의 투자(Shareholder Activism)'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폐쇄적인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경영 방식으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제한적이었지만, 최근 아베노믹스 이후의 정책 변화와 글로벌 투자 트렌드의 영향으로 일본 기업들이 행동주의에 점점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 행동주의 투자의 성장 배경, 주요 펀드들의 전략,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일본 기업들의 구체적인 반응과 변화 양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 행동주의 투자의 부상 배경

일본의 행동주의 투자는 2000년대 초부터 간헐적으로 시도되었지만, 본격적인 확산은 2010년대 후반 이후입니다. 그 중심에는 아베노믹스를 필두로 한 구조 개혁,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자본 효율성 강화 정책이 있었습니다. 2015년 일본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하고, 기관 투자자의 책임을 강조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주주권 행사와 기업 감시의 정당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있었지만, 과거에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쿄 증권거래소가 PBR 1배 미만 기업들에 개선계획을 요구하는 등 실질적인 압력이 강화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주류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특히 일본의 저평가된 대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액의 현금 보유, 낮은 배당, 느린 사업 구조 전환 등을 문제 삼으며 이사회 개편, 자사주 매입, 배당성향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행동주의의 중심은 단순한 투기적 움직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자본효율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주요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과 사례

일본 시장에 진입한 행동주의 펀드들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방식도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계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 서드포인트(Third Point), 밸류액트(ValueAct)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경영참여형 전략을 사용하여, 주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공개서한이나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개입합니다.

예를 들어, 서드포인트는 소니에 대해 비핵심 사업의 분리와 콘텐츠 사업 강화 전략을 제안했으며, 엘리엇은 소프트뱅크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구조조정 압박을 가했습니다. 또 밸류액트는 도요타의 이사회 다양성과 전기차 투자 전략을 문제 삼고, 장기적 성장 전략 수립을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주의 전략은 이제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협상과 설득'을 통해 기업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도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결합한 ‘ESG 행동주의’ 전략도 확대되며, 일본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펀드들은 철저한 재무 분석을 통해 기업의 약점을 노리고, 언론과 시장을 활용하여 여론을 형성한 뒤 기업을 압박합니다. 동시에 일본 내 연기금이나 보험사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동조 세력을 확보하는 전략도 사용됩니다. 이처럼 행동주의는 단기적인 주가 자극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대응 방식과 변화 양상

과거 일본 기업은 외부 세력의 개입에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오너십 구조, 내부자 중심 이사회, 장기 고용 문화 등은 외부 투자자의 요구와 충돌하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태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첫째, 많은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수용하며 자발적인 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 확대, 배당 성향 상향, 이사회 구조 개편 등은 이제 흔한 대응 전략이 되었으며, 일부 기업은 사전에 IR 활동을 강화해 행동주의의 압력을 선제적으로 완화하기도 합니다.

둘째, 일본 기업들도 점차 ESG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으며, 이사회 다양성 확보, 여성 및 외국인 이사 비율 확대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경영체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압력이 기업의 경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는 셈입니다.

셋째, 행동주의 펀드와의 갈등이 공론화되는 것을 우려하여 대화를 통한 조율을 선호하는 경향도 강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대립을 피하고 무시하거나 방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이들과 협력하거나 최소한의 대화 창구를 여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와 금융당국의 태도도 기업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일본 연기금(GPIF)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도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이 더는 행동주의 펀드를 ‘외부의 적’으로만 보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결론: 일본 자본시장의 변화, 행동주의가 만든 흐름

행동주의 투자는 이제 일본 주식시장에서 일시적인 이슈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더 이상 외부 압력을 무조건 거부하기보다는, 이를 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 수익률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 일본 증시는 지금,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